




챕터 5
용비는 마음속으로 알고 있었다. 비록 그가 일찍이 두연아와 혼약을 맺었지만,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이 소녀는 그의 마음속에서는 그저 이름에 불과했다.
하지만 진영은 달랐다. 용비는 그녀와 함께 전룡대에 들어갔고, 알게 된 이후로 지금까지 그들은 함께 '지내온' 지 벌써 4년이나 되었다.
이 4년 동안, 그들은 함께 훈련을 받으며 비바람을 맞으면서도 끈기 있게 각종 극한의 도전에 함께 맞서왔다. 그들은 함께 임무를 수행하며 총알이 빗발치는 위험 속에서 생사를 함께하며 손을 맞잡고 앞으로 나아갔다.
"8년이라... 시간 참 빠르게 흘렀네. 집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군복을 벗고, 용비는 짐을 챙겨 국경 후방 지원부를 떠나 밤기차를 타고 정해시로 향했다.
용비의 발걸음이 정해시 기차역 플랫폼에 닿는 순간, 그의 마음은 복잡했다. 그 익숙한 플랫폼을 바라보자 8년 전의 장면들이 그의 뇌리에 생생하게 떠올랐다.
"이 녀석아, 부대에서 얌전히 있어. 돌아오지 마! 감히 돌아오면 네 다리를 부러뜨릴 줄 알아."
아버지의 말씀이 귓가에 울렸다. 그때 그는 눈물을 머금고 여정을 시작했었다. 가슴에는 억울함이 가득했다. 당시 열여섯 살이었던 그는 군인이 되고 싶지 않았으니까.
"아버지! 죄송해요, 저는... 결국 돌아왔어요."
용비는 입술을 깨물었다. 8년 전의 그는 아직 어린 소년이었지만, 지금은 이미 키 크고 건장한 사내가 되어 있었다.
아버지는 군인이었다. 한 번의 임무 수행 중 다리에 총을 맞아 장애를 얻게 되었고, 결국 어쩔 수 없이 제대하여 고향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열혈 남아는 스스로 강해져야 하고, 나라를 지키는 충성스러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용비에게 가르쳤다. 하늘을 떠받치는 사내가 되어야 한다고. 그의 가장 큰 소원은 용비가 자신의 길을 이어받아 국경을 수호하는 전사가 되는 것이었다.
용비의 마음속에서 아버지는 그가 가장 존경하는 영웅이었다. 비록 어릴 적 말썽꾸러기였던 그는 항상 아버지와 맞서기 일쑤였고, 고집도 세었지만.
물론, 그 결과는 용비가 고생을 많이 했다. 마상보를 서거나 팔굽혀펴기를 하거나. 과장 없이 말하자면, 어릴 적 용비는 아버지를 극도로 미워했고, 한번은 몰래 아버지의 담뱃대를 부수기까지 했다. 마음속 분노를 풀기 위해서였다.
"이 녀석이 나를 좀 닮았군. 부대에 보내서 단련시키면 나중에 좀 쓸모 있게 될지도 모르겠어."
"이 영감, 무슨 소리예요. 당연히 아들이니까 당신을 닮았지."
비록 아버지에게 많이 맞기는 했지만, 용비는 마음속으로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단지 자신이 자라서 쓸모 있는 인재가 되기를 바랐을 뿐이라는 것을.
아마도 처음 입대했을 때는 용비가 아버지에 대해 약간의 원망을 품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집을 떠난 지 8년이 지난 지금, 그는 다리에 날개라도 달아서 밤낮으로 그리워하던 부모님을 빨리 만나고 싶을 뿐이었다.
용비의 집은 정해시 청산진의 농촌에 있었다. 그래서 용비는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서둘러 청산진으로 향했다.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렀구나. 8년 만에 청산진이 이렇게 발전할 줄은 몰랐어. 역시 나라가 강해졌어."
새로 지어진 청산진의 고층 건물들을 바라보며 용비는 감회에 젖었다. 그는 분명히 기억했다. 8년 전만 해도 청산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청산중학교의 5층짜리 교사동이었다.
용비가 가장 놀란 것은 예전에 집 앞에 있던 그 망가진 도로가 지금은 평평한 콘크리트 도로로 바뀌어 있다는 것이었다.
"아버지! 어머니! 저 돌아왔어요!"
집 앞에 서서 용비는 흥분된 목소리로 외쳤다. 집에 빨리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선물조차 사지 못했다.
"이 녀석! 내가 부대에 있으라고 했잖아? 왜 돌아왔어? 제대했어?"
상상했던 따뜻한 환영도, 부자가 부둥켜안는 감동적인 장면도 없었다. 용오천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영감님! 아이가 돌아왔는데 왜 그렇게 얼굴을 굳히고 있어요!" 어머니 유숙분이 용오천을 흘겨보며 즉시 앞으로 나와 용비의 짐을 들어주었다.
"비야, 여행하느라 많이 피곤하지? 얼른 들어와서 세수부터 하렴."
유숙분이 반갑게 맞이했다. 8년 동안 아들을 보지 못했는데, 지금 그녀의 마음은 말할 수 없이 기뻤다.
"거기 서! 물어보는 중이야!"
그러나 이때, 용오천이 지팡이를 짚고 용비 앞을 가로막으며 눈썹을 찌푸렸다.
"아버지! 저는 고향에 휴가 차 온 거예요. 아버지 아들이 얼마나 우수한데, 어떻게 제대를 하겠어요!"
용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만, 속으로는 식은땀이 흘렀다. 자신이 지금은 그저 국경 후방 지원병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아버지에게 말하면 또 맞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정말이냐?"
용비의 말을 듣고 용오천의 얼굴에 비로소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 미소에는 대체할 수 없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용비의 8년 군 생활에 대한 가장 큰 인정이었다.
"물론 진짜죠, 아버지! 먼저 들어가도 될까요?"
용비는 확신에 찬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신이 이 8년 동안 얻은 그 최고의 영예들을 아버지가 알게 되면 분명히 매우 기뻐할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용비는 그 영예들이 이미 과거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 그의 신분은 단지 국경 후방 지원병에 불과했다.
"여보, 반찬 몇 가지 준비해. 아들과 술 한잔 제대로 하고 싶어."
용오천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용비가 그저 휴가차 집에 온 것을 알고 그의 걱정이 한결 덜어졌다.
"아버지! 다리는 어떠세요? 좀 나아지셨어요?"
용오천 맞은편에 앉아 용비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하하! 보아하니 당초에 널 군대에 보낸 게 헛되지 않았구나. 이제 사람 걱정할 줄도 아는군? 이 다리는 오래된 병이야, 괜찮아!"
용오천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 용비가 건장하게 자란 모습을 보니 그도 매우 흐뭇했다. 자신의 아들이 이미 사내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 죄송해요, 예전에 많이 말대꾸하고 화나게 해드렸죠. 먼저 한 잔 올립니다."
술잔을 들며 용비가 부끄러운 듯 말했다.
"하하, 네가 부대에서 얌전히 있으면서 나라를 지키는 일만 해준다면, 그게 내게는 가장 큰 보답이다!"
용오천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제대한 군인으로서, 용오천은 하루도 예전 군 생활을 그리워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용 형님, 점심 드시는 중이세요?"
바로 그때, 흰 셔츠를 입은 중년 남자가 웃는 얼굴로 집안으로 들어왔다.
이 중년 남자는 얼굴이 통통하고 허리와 팔이 굵었다. 처음 보기에 사람들에게 졸부 같은 인상을 주었다.
"진장님, 어쩐 일로 오셨어요? 어서 앉으세요."
찾아온 사람이 청산진의 진장 양개명임을 보자 유숙분이 즉시 반갑게 맞이했다.
"형수님, 너무 격식 차리지 마세요. 저와 용 형님은 어떤 사이인데요, 함께 전장을 누볐던 전우잖아요!"
양개명은 공손하게 말하며 시선을 용비에게 향했다.
"용비야, 이분은 네 양 삼촌이다! 어서 양 삼촌께 술을 따라드려."
용오천이 일러주었지만, 양개명은 바로 거절했다.
"용 형님! 괜찮습니다. 전 그저 소식 하나 전하러 왔을 뿐이에요. 진에 아직 제가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거든요!"
양개명은 앉아서 식사하거나 술을 마실 의향이 없어 보였고, 대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