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챕터 3
"내가 시집을 갈 수 있는지 없는지가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내가 시집을 못 간다면 당신이 나랑 결혼이라도 할 거예요?"
진영이 짜증스럽게 말했다. 속으로는 '이 녀석은 타고난 얻어맞을 상이야. 지휘관이 그의 모든 영예를 박탈하고 결국 국경 후방 보급부에서 돼지나 키우게 한 것도 당연하지.'라고 생각했다.
"좋아! 내 두 번째 조건은 바로, 내가 이 임무를 완수하면 당신이 나랑 결혼하는 거야, 어때?"
용비가 입을 쩍 벌리며 웃었다. 비록 진영은 군대에서 제일가는 미녀로 불리며 지금까지 어떤 군인도 그녀를 길들이지 못했지만, 용비는 그녀를 정복할 자신이 있었다.
"당신은 이번 임무가 뭔지도 모르면서 그렇게 자신 있게 완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진영이 입을 비죽이며 말했다. 용비의 두 번째 조건을 듣고 그녀는 속으로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아무도 모르지만, 진영의 마음속에서 용비는 그녀가 유일하게 존경하고 흠모하는 남자였기 때문이다.
"당연하지, 그래도 내가 전룡대 대장이었으니까."
용비가 득의양양하게 말했지만, 곧 진영의 차가운 눈빛을 받고 재빨리 말을 바꿨다. "헤헤, 예전에는 그랬지. 지금은 네가 전룡대 대장이잖아."
"좋아요, 약속할게요. 만약 당신이 정말로 이 임무를 완수하고 전룡대로 돌아온다면, 고려해 볼게요."
진영이 승낙했다. 그녀는 전룡대의 동료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용비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용비는 이미 전룡대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 있었으니까.
"하하, 농담이야! 네가 진짜로 믿다니, 너도 알잖아, 나 약혼녀 있다고."
진영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자 용비는 즉시 농담조로 웃으며 말했다. 진영을 놀리는 듯한 모습에 '검은 나비'라는 별명을 가진 군대 제일의 미녀의 얼굴에 순식간에 검은 줄이 가득 채워졌다.
"이 망할 녀석, 죽어버려!"
진영이 손을 뻗어 한 발로 용비의 사타구니를 향해 차며 이를 갈았다. 그녀는 용비가 세상 일에 무관심한 성격인 줄 알았지만, 그가 자신을 놀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영아, 반년 만에 보니 실력이 또 늘었네! 하지만 그 발차기는 너무 독하잖아. 맞았으면 내 약혼녀를 어떻게 대면하겠어!"
재빨리 진영의 발차기를 피하며 용비가 뒷걸음질치며 달아났다. 달리면서도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
"신경 안 써요! 오늘은 당신 혼 좀 내줘야겠어요."
진영이 말하며 용비를 쫓아갔다. 용비를 혼내주겠다는 기세로, 두 젊은 남녀는 이렇게 아름다운 초원 위를 마음껏 달렸다.
"용비 그 녀석 꽤 대단한데, 이 상황을 보니 참모장님이 넘어갈 것 같은데?"
"그러게 말이야. 참모장님이 저렇게 한 군인을 쫓아가는 걸 본 적 있어? 틀림없이 용비 그 녀석에게 마음이 있는 거야."
"본 적 있지, 다만 이렇게 부드럽게 대하진 않았어..."
진영 곁의 두 부관이 멀리서 용비와 진영이 초원 위를 달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 겉으로는 쫓고 쫓기는 모습이었지만, 보는 사람들에게는 마치 애정 표현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용비, 거기 서요! 더는 못 뛰겠어요."
용비를 몇 리나 쫓아간 진영은 숨이 차올라 헐떡거렸다. 아무리 그녀가 강인해도 체력적으로는 용비라는 괴물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이때의 진영은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이마에는 작은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석양의 여운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며 더욱 부드러운 아름다움을 더했고, 들풀의 향기가 가득한 여성스러운 향기가 풍겼다.
"헤헤! 안 설 거야. 내가 바보냐? 서면 너 날 때릴 텐데. 날 때리고 싶으면 쫓아와 봐!"
용비가 득의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 진영을 놀리는 듯한 모습에 그녀는 이가 갈리도록 화가 나서 용비의 가죽을 벗기고 싶을 정도였다.
"안 때릴게요, 그만 뛰어요. 어차피 저는 더 이상 뛸 수 없어요."
진영이 말하며 풀밭에 누웠다. 그리고는 머리 위의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을 응시하며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이었다.
"정말 안 때릴 거야? 좋아, 한 번 믿어볼게."
용비가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와 진영 옆에 누웠다.
손으로 뒷머리를 받치고 용비는 눈을 살짝 돌려 진영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옆모습은 완벽하게 아름다웠다.
특히 그녀의 귀 옆으로 흐르는 부드러운 검은 머리카락이 미풍에 살랑거리며, 풀의 향긋한 향기가 용비의 코를 찌르며 기분 좋게 다가왔다.
"영아, 뭐 생각해?"
진영의 시선이 계속해서 머리 위 푸른 하늘을 향하고 있는 것을 보고 용비가 먼저 침묵을 깼다.
"용비, 당신 정말 약혼녀가 있어요? 어떻게 생겼어요? 분명 예쁘겠죠?"
진영이 담담하게 말했다. 어조에는 약간의 실망감이 묻어났지만, 용비는 진영에게 이렇게 부드러운 면이 있다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꽤 예뻐. 사진도 있어! 봐봐."
용비가 미소 지으며 말하고는 주머니에서 약간 누렇게 변한 사진 한 장을 꺼내 진영에게 건넸다.
"아이참! 이 녀석, 이게 당신 약혼녀예요? 중학생처럼 보이는데요?"
사진 속의 약간 풋풋한 중학생 소녀를 보며 진영은 용비를 노려보았다. 속으로는 '이 녀석이 또 나를 놀리는 건가?' 하고 생각했다.
"8년 전에는 중학생이었지. 지금은 대학을 졸업했을 거야! 우리는 태어나기 전부터 약혼한 사이야. 이건 그녀가 중학교 다닐 때 찍은 사진이야. 아버지가 이 사진을 보내주시면서 이 아이가 내 약혼녀라고 알려주셨어."
용비가 설명했다. 마음속으로는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흐를 줄 몰랐다며 감회에 젖었다. 어느새 고향을 떠난 지 8년이나 지났으니까.
"아기 때부터 정해진 혼인이라고요?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그런 게 있다니!"
진영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아기 때부터 정해진 혼인은 옛날 사회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었다.
"그녀 아버지와 내 아버지는 같은 부대 전우였어. 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아버지가 벌써 내 혼인을 정해놓으셨지!"
이 이야기를 하면서 용비도 웃음이 나왔다. 지금은 얼마나 많은 남자들이 아내를 찾지 못하는데, 자신은 태어나기도 전에 약혼녀가 있었으니 말이다.
"당신 약혼녀 꽤 예쁘네요. 이름이 뭐예요? 어릴 때부터 약혼했으니 두 분 사이가 아주 좋겠네요!"
진영이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며 말했다. 사진 속 소녀는 오관이 정교하고 피부가 하얗고 부드러워 보였다. 확실히 미인 자질이 있어 보였다.
"두쥬안이라고 해. 사이가 좋다고는 못 하지. 결국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으니까. 이 몇 년 동안 계속 생각했어, 그녀와 처음 만나면 어떤 기분일까 하고."
용비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비록 이 사진 속 소녀를 8년 동안 봐왔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이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약혼녀에 대해 이름 외에는 아무런 기억이 없다는 것이었다.
"뭐라고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요?"
용비의 말을 듣고 진영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용비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여자와 결혼한다니, 그게 행운인지 비극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 하지만 사진을 보면 그렇게 못생기진 않았을 거야. 만약 못생겼다면 난 기분이 좋지 않을 거야."
용비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렇게 예쁜 약혼녀가 있다니, 아직 군대에서 독신으로 지내는 전우들에 비하면 자신은 이미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