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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4

송궐이 낮은 목소리로 살짝 웃으며 말했다. 화가 난 건지 신경 쓰지 않는 건지 구분이 안 됐다.

"상관흠, 내가 너보다 키가 크니까 내가 너를 보호할게."

상관흠은 눈을 치켜떴다.

"나는 스스로를 충분히 보호할 수 있어. 네 보호 따위 필요 없거든."

이날은 상관흠 때문에 대화가 완전히 죽어버렸다.

일행은 다시 느릿느릿 앞으로 나아갔다.

......

"이 오빠, 돌아왔네요." 양비비는 엽명려를 보는 순간 눈빛이 반짝였다.

엽명려는 양비비를 바라보는 눈빛이 명멸하다가 결국 무심하게 '응'하고 대답했다.

양비비는 상냥하게 말했다. "세자님이 별로 안 즐거워 보이네요. 언니가..."

양비비의 말을 아끼는 모습에 엽명려의 마음은 더욱 답답해졌다.

"너 먼저 돌아가. 혼자 있고 싶어."

양비비는 엽명려 곁으로 달려가 어깨를 주물러 주었다.

"제가 세자님 곁에 있을게요."

엽명려는 어깨의 편안함을 느끼면서도 머릿속에는 상관흠과 송궐이 함께 있는 장면이 떠올라 가슴이 더욱 답답해졌다. 그는 저절로 한숨을 내쉬었다.

"세자님, 언니 일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신 건가요?" 양비비가 긴장한 듯 고개를 들이밀며 엽명려의 턱에 자신의 머리를 비볐다.

엽명려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저었다. 눈빛에 혐오감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일어나 밖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비비야, 너 먼저 돌아가. 내가 처리할 일이 있어."

"세자님과 함께 갈게요." 양비비가 서둘러 따라붙었다.

......

일행은 해가 저물 무렵 발걸음을 멈추고 무읍이 사람들을 이끌어 야영지를 만들었다.

상관흠은 나무 기둥에 앉아 송궐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오늘 밤엔 어떻게 잘 거야?"

"보초를 설 거야." 송궐이 대답했다.

상관흠은 지치지도 않는 송궐을 보며 갑자기 자식 자랑하는 느낌이 들었다.

"오랜만에 보니 정말 많이 변했네. 과거 볼 때만 해도 네가 장원급제할 줄 알았는데, 누가 알았겠어 네가 전장으로 뛰어들 줄을. 다시 소식 들으니 서북 장군이 됐더라."

송궐은 기대어 서서 무심한 듯 상관흠을 바라보았다.

"나만 그런가? 너도 마찬가지잖아. 내가 장군 칭호 하나 따서 너보다 한 수 위에 서려고 했는데, 돌아와 보니 넌 이미 시집가서 남의 아내가 돼 있었지. 이기고 싶어도 이길 수가 없었어."

상관흠은 만감이 교차했다. 두 사람은 과거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서로 티격태격하던 장면들을 떠올리며 상관흠은 자꾸 웃음이 나왔다. 송궐은 그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밤이 점점 깊어갔다. 상관흠은 하하 웃으며 이야기하다 목이 말라, 나무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그러다 돌에 발목을 살짝 삐끗했지만, 곧 자세를 바로잡았다. 아무 일도 없었던 척하려는 순간, 나무 위의 송궐이 웃음을 터뜨렸다.

상관흠: "......"

그래, 송궐은 여전히 미웠다. 자신이 망신당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았다.

송궐도 나무에서 내려왔다. "상관흠, 내가 널 비웃은 게 아니야."

"하하하." 상관흠은 송궐을 향해 무표정하게 세 번 웃더니, 뒤돌아보지도 않고 천막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무읍, 사람 보내서 보초 서게 해."

말을 마치고 다시 천막으로 들어갔다.

무읍은 고개를 들어 송궐을 바라본 후, 주변의 몇몇 병사들을 가리켰다.

"너희들이 보초를 서라. 송 장군님은 쉬시게 해드려라." 병사들에게 지시한 후 송궐에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 "장군님, 쉬십시오."

송궐이 무읍 곁을 지나치다가 어깨를 스치는 순간 발걸음을 멈췄다.

"무읍, 네가 네 살 때부터 상관흠 곁에 있었지?"

무읍은 무뚝뚝한 표정을 유지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장군님보다 2년 일찍요."

송궐은 이를 살짝 깨물었다.

정말...

산다, 계산하지 말자.

"일찍 쉬어. 상관흠이 널 그렇게 아끼는데, 아프면 좋을 일 없을 테니까." 송궐은 두 걸음 물러서서 무읍의 어깨를 두드린 후에야 떠났다.

무읍은 의아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대장군님이 참 이상하네. 내가 멀쩡한데 왜 아플 거라고 하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천막 안의 불빛이 모두 꺼졌다.

봉지, 왕부.

엽명려는 침대에 누워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머릿속에는 송궐과 상관흠이 말을 타고 달리는 장면만 가득했다. 밖에서 육해가 소리를 듣고 조심스럽게 방으로 들어왔다.

"세자님."

엽명려가 몸을 일으켰다. "소육."

"여기 있습니다."

엽명려가 물었다. "네가 내 곁에서 몇 년이나 있었지?"

육해는 엽명려의 속마음을 알 수 없어 조심스럽게 생각했다.

"세자님, 7년이 되었습니다."

"내가 너한테 잘해주지 않았니?" 엽명려가 다시 물었다.

이제 육해의 마음은 더욱 불안해졌고,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세자님께서 저에게 당연히 잘해주셨습니다."

"그럼 내가 너를 부에서 내쫓는다면, 넌 슬플 것 같니?"

퍽! 육해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계속 머리를 조아렸다.

"제가 어디서 소홀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세자님께서 알려주십시오. 7년을 모신 정을 생각하셔서 저를 쫓아내지 말아주십시오."

엽명려는 무릎 꿇은 육해를 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소육이 뭘 하는 거야? 네가 잘못한 건 없어. 그냥 물어본 거야. 슬플 것 같니?"

육해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엽명려의 표정에 화난 기색이 없음을 확인하고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세자님, 저는 슬플 것 같습니다."

엽명려는 몸을 숙여 육해를 일으켰다.

"너는 나를 7년이나 따랐으니 정이 깊을 테지. 하지만 세자비는 나와 겨우 3년을 함께했을 뿐인데, 나에게 얼마나 마음이 있겠니? 그녀가 떠날 때도 그리 슬퍼하는 것 같지 않더라."

말을 마친 엽명려는 다시 눈을 내리깔고 한숨을 쉬었다. 매우 슬퍼 보였다.

육해는 서둘러 위로했다. "세자님,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마세요. 세자비님도 분명 괴로우실 겁니다. 다만..."

이어질 말을 육해는 마음속으로 신중히 고민했다. 말해도 될지 말아야 할지.

엽명려가 물었다. "다만 뭐?"

육해는 고개를 숙이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다만 세자비님께서 오랫동안 잉태하지 못하셨고, 세자님께서 측실을 들이셨으니, 세자비님 마음에는 세자님이 자신을 소홀히 여긴다고 느끼실 겁니다. 세자비님도 마음이 아프신 거죠."

3년 동안 아이가 없었으니, 세자비도 불쌍한 사람이다.

엽명려는 육해의 말을 진지하게 생각해보더니 다시 웃었다.

"네 말이 맞아. 3년 동안 나는 그녀에게 먹을 것도, 입을 것도 부족함 없이 잘 대해줬어. 양비비와 나 사이는 그저 약 관계일 뿐인데, 양비비가 내 아이를 가진 것은 사실이야. 어머니께서 양비비와 흠아를 동등하게 대우하라고 하셔서, 나도 어쩔 수 없이 흠아에게 못되게 굴 수밖에 없었어."

육해는 몸을 숙였다. "세자님, 세자비님은 언젠가 세자님의 깊은 뜻을 이해하실 겁니다. 변방의 일이 해결되면, 세자비님과 세자님은 반드시 예전처럼 화목해지실 거예요."

엽명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치 상관흠을 걱정하는 듯했다.

"그래, 그녀는 나를 그렇게 신경 쓰면서도 겉으로는 강한 척하지. 나를 떠난 후에는 매일 눈물로 밤을 지새울 테지."

엽명려는 다시 침대에 앉았다. "됐어, 널 놀라게 했구나. 어서 가서 쉬어. 부내에 경비병이 많으니 내 안전은 네가 지킬 필요 없어."

"네." 육해는 물러났다.

......

깊은 밤.

오랫동안 천막에서 자본 적 없는 상관흠은 도저히 잠들 수 없어 몸을 일으켰다. 나무 위에서 자던 송궐은 소리를 듣고 눈을 떠 상관흠의 천막을 힐끗 보았다. 주변에 수상한 사람이 없음을 확인하고는 다시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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