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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87

바람이 물가 정자에 걸린 방울을 흔들자, 얇은 휘장이 날개를 단 듯 나풀거렸다.

천명가는 찻잔을 들고 머리를 숙인 채 천천히 펼쳐지는 찻잎이 잔 바닥으로 가라앉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차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상태에서 점점 식어가다가 결국 그녀의 손처럼 차가워졌다. 그녀는 찻잔을 내려놓고 순경을 깊이 바라보며 침묵을 깼다.

"당신은 계속 왕성에 머물 건가요?"

순경의 차를 마시던 동작이 살짝 굳었다. 그는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저으며 가볍게 웃으려 노력했다. "저는 떠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서 한곳에 오래 머물지 못해요."

"여기를 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