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챕터 5
주인이 문 밖 상황을 파악한 후에야 고양이는 울음을 그쳤다. 한조는 무심하게 고양이를 문 안으로 던져 넣고, 허징 앞에 쪼그려 앉았다.
"허징?"
허징은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려 했지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그의 옆에 있는 캐리어를 힐끗 보며, 한조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일단 들어와."
"에취!"
실내는 에어컨이 켜져 있었고, 한조는 얇은 홈웨어만 입고 있었다. 추운 밤에 오랫동안 걸어온 허징은 따뜻한 실내 공기에 갑자기 재채기가 나왔다.
"비 오는데 우산도 안 쓰고 다녀?" 몸을 숙여 서랍을 뒤적거리다가 한조는 새 수건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 "옷 가져왔어? 일단 샤워부터 해."
허징은 수건을 내려다보며 속눈썹을 살짝 떨었다. 그는 여러 가지 대화 상황을 예상했지만, 한조가 왜 한밤중에 그의 집 앞에 나타나 머물 곳을 구하는지 전혀 묻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가 가만히 서 있는 것을 보고 한조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왜? 욕실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
허징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수건을 받아들고, 캐리어를 열어 자신의 옷을 꺼낸 뒤 욕실로 향했다.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은 따뜻했고, 샤워젤은 상쾌한 레몬그라스 향이었다. 뜨거운 물이 피부를 어루만지자 몸과 마음이 모두 따뜻해졌다. 자욱한 수증기 속에서 허징은 문득 마지막으로 한조의 집 욕실을 빌려 썼던 때가 여름 태풍이 불고 비가 쏟아졌을 때였다는 걸 떠올렸다.
샤워를 마치고 깨끗한 티셔츠를 입고 욕실을 나서자마자, 허징은 음식 냄새에 이끌려 바로 식탁으로 향했다.
테이블 위에는 갓 끓인 라면 한 그릇이 놓여 있었고, 라면 국물 위에는 노릇노릇한 계란 프라이가 떠 있었다.
부엌에서 나오는 한조를 올려다보며, 허징은 확신 없이 물었다. "나 주는 거예요?"
한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최고의 실력이야."
마음이 따뜻해진 허징은 작은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하고 앉아서 젓가락을 들었다.
그는 정말 배가 고팠고, 이제 큼직큼직하게 라면을 먹으며 그 맛이 무척 좋다고 느꼈다.
한조는 그의 맞은편에 앉아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이며 집에서처럼 편안하고 자유로워 보였다.
담배 연기가 피어올라,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 사이에 연기로 된 장막이 생겼다.
허징은 허겁지겁 먹다가 배를 70-80% 정도 채웠다. 연기와 김 사이로 맞은편에 앉은 한조의 옆모습을 슬쩍 바라보며, 문득 그들이 처음 만났던 장면이 떠올랐다.
올해 여름 사법시험 준비반에서, 실습 때문에 너무 피곤해서 강의를 듣다가 잠들어 버렸다. 푹 자고 눈을 떴을 때, 옆에 있던 한조가 미소를 머금은 듯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깨어난 것을 보고 한조는 휴지를 건네며 입가를 가리켰다. 자신은 멍하니 받아 들고 나서야 상황을 깨닫고 허둥지둥 침을 닦았던 기억이...
"탁!"
손가락 튕기는 소리에 허징의 생각이 갑자기 현실로 돌아왔다.
재떨이에 담배를 끄며 한조가 물었다. "다 먹었어?"
국물만 남은 그릇을 내려다보며 허징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밤은 소파에서 자," 거실 소파를 턱으로 가리키며 한조가 말했다. "이불은 여분이 있어."
"넌... 내가 왜 여기 왔는지 안 물어봐?"
한조는 어깨를 으쓱했다. "실연?"
허징은 고개를 저었다. "실직."
"너 이미 일자리 구했다고 하지 않았어?" 한조는 수업 시간에 그가 대형 로펌에서 인턴을 하고 있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했다.
그 이야기를 듣자 허징은 저도 모르게 코를 훌쩍였고, 오늘 밤 겪었던 그 불운한 일들을 끊어질 듯 이어지는 말로 털어놓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