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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521

나는 도망치고 싶지만, 갈 곳이 없고, 숨고 싶어도 숨을 곳이 없다. 그저 침대에 누워 조용히 이 몇 년간 그와의 모든 일들을 정리하며, 우리가 이미 끝에 다다랐는지 생각해 본다. 결말을 생각하니 슬프게도 아직 놓을 수 없고,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내 나약함이 조금 미웠다.

혼자 침대에 숨어 여러 번 조용히 눈물을 흘리다가,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이불 끝으로 눈물을 허둥지둥 닦고 잠든 척했다. 그가 어떻게 수습할지 보고 싶었고, 마음속으로는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만약 내 마음을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