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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78

──엽소동은 이런 육엄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입술에는 핏기라곤 전혀 없었다. 두 손으로는 언제 교사가 건넸는지 모를 물잔을 붙들고 있었는데, 잔 속의 물은 이미 완전히 차가워져 있었다. 그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그 떨림에 유리잔 속 물결이 동그랗게 퍼져 나갔다. 그의 시선은 계속해서 멍하니 그 물결만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영혼과 육체가 완전히 분리된 빈 껍데기 같았다.

그는 심지어 어제 입었던, 총알에 완전히 찢겨진 흰 셔츠를 그대로 입고 있었다. 셔츠에는 이미 말라붙은 핏자국이 크게 묻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