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챕터 5
"──육연, 우리 다시 만났군."
아직 옷을 갈아입을 겨를도 없었던 육연은 그 목소리의 주인에게 등을 돌린 채 옷장 앞에 서 있었다. 엽소동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그 순간, 그는 자신의 온몸 근육이 통제할 수 없이 하나하나 경직되어 긴장하는 쓰라린 소리까지 선명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와 함께, 3년 전 자신의 하체 그 말하기 민망한 곳이 꿰뚫리고 찢겨나가는 극심한 고통과, 당시 거의 무너져 내리며 고통스럽게 애원했던 자신의 초라하고 참담했던 모습까지 떠올랐다...
비록 지금 수영복이 은밀한 부위를 가리고 있긴 했지만, 등 뒤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시선이 마치 보이지 않는 철망처럼 그를 단단히 감싸고 있었다. 그의 등 전체가 알 수 없는 화끈거림에 시달렸고, 하체는 마치 천으로 가려진 느낌조차 없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이제 더 이상 상아탑을 막 벗어난 대학 4학년생이 아니었다. 지난 3년의 시간 동안 너무 많은 것들이 침전되었고, 그는 이제 경험과 경력을 갖춘 성인으로 성장했다. 그는 생각했다. 지금 자신이 두려워하는 건 단지 그 고통스럽고 치욕스러웠던 과거의 경험일 뿐, 지금 그의 뒤에 서 있는 남자가 아니라고.
그래서 그는 천천히 길게 심호흡을 하며, 스스로에게 떨지 말라고 강요하고, 최대한 등 뒤의 기운을 무시하면서 자신을 진정시키려 했다.
이 과정에서 엽소동은 자신이 꼬박 3년을 찾아 헤맸던, 당시 꽃병으로 자신을 병원에 반년 넘게 입원시켰던 주범을 바라보았다. 넓은 어깨와 좁은 허리, 균형 잡힌 근육을 가진 이 남자를 보며, 본래 분노와 조롱이 뒤섞였던 그의 눈빛은 점점 깊어졌다...
그는 육연의 덜 말린 머리카락 사이로 물방울 하나가 스며 나와, 다소 가느다란 목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보았다. 그 물방울은 곧고 아름다운 척추의 홈을 따라 천천히 미끄러지며, 건강하고 활력이 넘치는 꿀색 피부 위에 얕고 은밀한 물자국을 남겼다──
마침내 그 물방울은 탄탄한 허리선을 따라 단단하고 탄력 있는 엉덩이를 꽉 감싸고 있는 수영복 안으로 사라졌다. 엽소동은 그 물방울이 남자의 엉덩이 사이 깊은 골짜기를 지나, 마침내 그 극도로 은밀하고 유혹적인 곳에 음란한 물자국을 남기는 장면까지 상상할 수 있었다.
그는 원래 음탕한 사람이 아니었지만, 이 몸은 3년 전처럼 마치 최상급 최음제와도 같아서,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본능적으로 욕망하고 소유하고 싶은 원초적인 욕구가 솟아났다.
엽소동이란 사람은 어릴 때부터 제멋대로 살아왔고, 일단 어떤 것에 집착하기 시작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어코 손에 넣었다.
마치 3년 전 스누커 대회 중에 육연을 마음에 들어해서, 그를 억눌러 KTV에서 호텔까지 이리저리 뒤집어가며 괴롭혔던 것처럼. 나중에 육연이 도망쳤지만, 그는 3년이란 시간을 인내하며 이 사람을 찾아냈다.
이제 육연이 스스로 그의 총구 앞에 나타났으니, 그는 당연히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겨 이 남자의 한 쌍의 날개를 부러뜨려, 그가 ── 날개가 있어도 도망칠 수 없게 만들 것이다.
그래서 엽소동이 육연을 바라보는 눈빛은 마치 자신의 소유물을 보는 것처럼 제멋대로이고 거침없었으며, 자신의 욕망을 조금도 감추지 않았다.
그가 눈앞의 거의 알몸인 남자에게 유혹당해 그 거슬리는 수영복을 벗겨버리려고 손을 뻗었을 때, 육연이 갑자기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검은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며, 얼굴에는 낯선 사람을 대하는 냉담한 표정이 떠올랐다──
"이 분, 꼭 말씀드려야겠는데요, 아무 말 없이 남의 등 뒤에 나타나는 건 매우 실례되는 행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