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챕터 5
그는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을 휘둘러 건장한 남자의 머리를 내리쳤다. 그 즉시 피가 흘러나왔다.
남자는 머리를 부여잡고 비명을 질러댔다.
류밍양은 손을 뻗어 침대 위의 페이자위안을 잡아당긴 뒤, 몸을 돌려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재빨리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페이자위안의 차를 향해 달려갔다.
페이자위안도 이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서둘러 차에 올라탔고, 류밍양도 차에 탄 것을 확인한 후 페이자위안은 액셀을 밟았다. 차가 튀어나갔다.
페이자위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차를 미친 듯이 몰았다. 족히 십여 킬로미터를 달린 후에야 길가에 차를 세웠다. 그녀는 바로 핸들에 엎드려 몸을 떨기 시작했다.
한참 후, 그녀는 고개를 들고 LV 가방을 집어 들었다. 그 안에서 돈 뭉치를 꺼내더니 조수석에 앉은 류밍양을 힐끗 보고는 돈을 건네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 "날 구해줘서 고마워요. 이건 제 작은 감사의 표시예요. 그리고 당신이 본 모든 것을 잊어주셨으면 해요."
류밍양은 페이자위안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페이자위안은 미간을 찌푸리고는 다시 가방에서 돈 뭉치를 꺼내 건넸다.
"이 돈으론 부족해요." 류밍양이 웅얼거리듯 말했다.
스타킹이 입을 조이고 있어서 말하기가 불편했다.
"당신..." 페이자위안의 눈썹이 꽉 찌푸려졌다. "얼마나 원하는 거죠?"
"오십이만 육천오백원이요." 류밍양은 아주 정확한 숫자를 말했다. "이건 우리 열세 명의 일 년 임금이에요."
류밍양은 말하면서 머리에 씌워진 스타킹을 벗어냈다.
"당신이었어요?" 페이자위안은 눈을 크게 떴다.
류밍양은 페이자위안을 보며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요, 돈을 안 주면 계속 따라다닐 거라고."
페이자위안은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류밍양을 노려보다가 잠시 망설이더니 말했다. "돈은 줄 수 있어요.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오늘 일은 아무 것도 보지 못한 것처럼 해주세요."
류밍양은 페이자위안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무슨 일이요? 전 아무것도 모르는데요?"
페이자위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사람, 그렇게 미운 사람은 아니었다.
"좋아요, 저와 함께 집에 가요. 돈을 가져다 줄게요. 지금 갖고 있는 현금으론 부족해서요." 페이자위안이 류밍양을 한번 쳐다보았다.
"좋아요, 좋아요. 당신 집에 돈 가지러 가는 건 물론이고, 천애 해각까지라도 함께 가겠어요. 돈만 받을 수 있다면 어디든 따라갈 거예요." 류밍양은 너무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페이자위안은 창밖으로 침을 뱉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누가 너랑 천애 해각까지 가겠어.'
그녀는 마음을 정했다. 이 돈을 일단 류밍양에게 선불로 주고, 그에게 신세를 갚는 셈 치자. 공사 책임자가 가져간 돈은 어떻게든 되찾을 방법이 있을 거다.
페이자위안은 시동을 걸고 자신의 집을 향해 달렸다.
류밍양은 좌석에 기대어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손을 뻗어 좌석의 가죽을 만져보더니 페이자위안을 보고 겸손하게 물었다. "이거 인조 가죽인가요, 아니면 진짜 가죽인가요?"
페이자위안은 더 이상 류밍양과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
류밍양도 그것을 눈치챘는지 혼자서 즐겁게 중얼거렸다. "분명 진짜 가죽이겠지. 이 BMW 차 안에 어떻게 인조 가죽이 들어가겠어?"
페이자위안은 속으로 생각했다. '꽤 안목이 있네.' 하지만 류밍양의 다음 말에 페이자위안은 차를 도랑에 빠뜨릴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