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챕터 3
"이건 그냥 당신 생각일 뿐이에요. 제 생각이 아니라고요. 현장 책임자를 찾아야 문제가 해결되는 거지, 저한테 오셔봐야 소용없어요. 그러니 돌아가세요."
배가연은 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사무실 책상 뒤로 걸어가 앉았다.
류명양의 분노가 순간 치솟았다. 그는 속으로 욕했다. '부자가 되고 인정이 없어졌군. 바로 당신 같은 사람 말이야. 노동자들이 목숨 걸고 일하는데, 당신은 동정심 하나 없어.'
이런 생각이 들자 류명양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배 사장님, 저는 오늘 열두 명의 동향 사람들을 대표해서 돈을 받으러 온 겁니다. 돈을 안 주신다면, 저는 당신을 따라다닐 겁니다. 당신이 어디를 가든 저도 따라갈 거예요. 어차피 저는 이제 고향에 돌아가 설날을 보낼 수도 없게 됐으니까요."
류명양은 말을 마치고 하얀 소파로 걸어가 그대로 앉아버렸다.
"누가 앉으라고 했어요? 당장 일어나세요."
배가연은 온몸이 더러운 류명양이 소파에 바로 앉는 것을 보고 화가 치밀었다.
"돈만 주시면 바로 일어나고, 바닥도 깨끗이 닦아드릴게요. 돈을 안 주신다면, 흥!"
류명양은 죽은 돼지가 끓는 물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였다.
"당신, 경비원 부를까 봐?"
배가연의 표정이 무섭도록 차가워졌다.
"경비원이요? 경찰을 불러도 저는 두렵지 않아요. 임금을 받지 못한 농민공은 원래 약자잖아요. 정부가 저에게 공정하게 해줄 거라 믿습니다. 배 사장님, 돈만 주시면 다 좋게 해결되지만, 안 주시면 당신이 집에 가면 저도 따라가고, 당신이 밥 먹으면 저도 따라 먹고, 당신이 잠을 자면... 아, 저는 잠 안 잘 거예요."
류명양은 마치 떼쓰는 아이처럼 굴었다.
"돌아가세요. 제가 조사해보고 결과를 알려드릴게요."
배가연은 류명양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녀는 류명양을 보며 한 발 물러서서 말했다.
"안 돼요. 제가 가면 당신은 이 일을 잊어버릴 거예요. 그러니까 돈을 안 주시면 저는 당신을 계속 따라다닐 겁니다."
류명양은 더 편한 자세로 소파에 기대앉았다.
배가연은 류명양이 방금 앉았던 자리에 뚜렷한 사람 모양의 자국이 남은 것을 분명히 볼 수 있었다.
검은색 자국이었다.
배가연은 정말로 류명양을 쫓아내고 싶었지만, 그가 말한 것이 맞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은 갑이나 다름없었다. 만약 류명양을 화나게 해서 그가 언론에 함부로 몇 마디만 해도, 자신의 회사 혜원 건축은 악명을 떨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이미 돈을 지불했는데, 다시 한번 돈을 지불하라니, 이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이 농민공과 여기서 실랑이를 벌이는 것은 정말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 배가연은 바로 일어나 가방을 들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
류명양은 급히 일어나 배가연을 따라 한 걸음도 떨어지지 않았다.
배가연은 마치 그를 보지 못한 것처럼 바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출입구를 지나면서 그녀는 류명양을 한 번 쳐다보고, 경비원들을 향해 담담하게 말했다.
"당신들은 어떻게 근무하는 거예요? 어떻게 아무나 회사에 들어오게 하죠?"
두 명의 경비원은 이 말을 듣자마자 즉시 상황을 이해하고 류명양을 막아섰다.
"당신은 누구시죠? 어떻게 회사에 들어왔어요?"
배가연이 차 옆으로 걸어가 문을 열고 타는 것을 보며, 류명양은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조급함을 느꼈다.
오늘 배가연을 만난 것은 정말 운이 좋았는데, 만약 그녀가 차를 타고 떠나면, 자신은 앞으로 어디서 그녀를 찾아야 할지 막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