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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55

밤 공기는 서늘했고, 방 안에는 타오르는 촛불 향이 희미하게 감돌았다.

로난은 의자에 웅크리고 앉아 책을 손에 들고 읽는 척하고 있었다. 사실 읽고 있지는 않았다. 눈은 글자를 따라갔지만, 마음은 다른 곳에 있었다. 지금이 몇 시인지 알고 있었다.

예상대로, 문이 삐걱 열렸다.

그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무시하면 그냥 가지 않을까.'

천이 스치는 소리가 그렇지 않을 것임을 알려주었다. 디미트리는 이미 코트를 벗기 시작했고, 문 옆에 깔끔하게 걸었다. 장갑이 그 다음이었고, 그리고 셔츠 소매를 천천히 체계적으로 풀어내기 시작...